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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번째 바스락숲 후기

지난 토요일, 아미산전망대 세미나실에서 김준 작가님의 '바다인문학'으로 9월 독서 모임을 했습니다.
스무번째 모임이라 특별히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구모룡 교수님을 모시고 해양문학에 관한 대략적인 강의도 들었지요.

반도국가인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하지만 동고서저의 지형적 특성에 따라 동해와 서해의 바다환경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모래사장이 많은 동해는 명태를 비롯 도루묵과 가자미, 청어, 고등어 등이 주로 나며, 이들 생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요리들이 만들어졌죠.

지금은 우리바다에서 사라진 명태는 춘태, 동태, 먹태, 황태, 노가리 등 잡는 시기, 건조방법, 크기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지요. 그만큼 우리식탁에 없어서는 안될 고기였고, 명란젓으로도 사랑을 받았습니다.

구수한 이북사투리가 흘러나오는 강산에의 명태라는 노래를 다같이 들으며, 명태예찬의 순간을 감상하기도 했지요.

동해의 가자미식해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친가, 외가 모두 이북출신이라 어렸을 때부터 가자미식해를 먹었죠. 흰쌀밥을 찬물에 말아 가자미식해랑 먹으면, 그 맛이 그리 좋을 수가 없었지요.

"책을 읽다 너무 먹고 싶어 인터넷으로 바로 식해를 주문했죠. 속초에서 배송된답니다" 구모룡 교수님은 아직 배달되지도 않은 가자미 식해를 벌써 맛본듯 입맛을 다십니다. 그 맛을 아는 나로서는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죠.

서해는 조기와 홍어가 먼저 떠오르지요. 그러나 생선에 관한 얘기보다 여전히 거문도에서 살며, 글을 쓰는 소설가 한창훈님의 작품과 연안 어촌문학을 이끄는 한승원님의 얘기로 잠시 이야기의 물꼬가 바뀌기도 했지요.

남해를 대표하는 물건리 죽방멸치를 먹으며, 슬로푸드의 바다버전인 슬로피시운동을 되새겨도 봤습니다. 지역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신선하고 지속가능한 음식의 미래를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죽방멸치로 실감할 수 있었죠. 백문이 불여일식이라고나 할까요.

이외에도 얘기할 거리가 많았지만, 대관시간 관계로 서둘러 마칠 수 밖에 없었죠. 못다한 이야기는 3차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질펀하게 펼쳐졌죠. 서해 갯벌처럼 생명으로 가득찬 흥분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고, 새만금간척으로 사라진 생명의 운명처럼 암울한 미래의 참담함으로 고개를 떨구기도 했지요.

그렇게 스무번째 독서모임은 추적추적 내리는 토요일 밤의 빗속에서 마무리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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